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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벽돌’을 통한 개념미술로의 새로운 도전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벽돌’을 통한 개념미술로의 새로운 도전 1950년생 김강용 화백의 트레이드마크는 벽돌이다. 어찌보면 흔한 소재를 화두로 삼아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벽돌을 그려왔다.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는 2020년 이후 작업한 신작들이 나온다. 벽돌이라는 주제는 여전하지만 작가의 내적 변화가 투영된 화면에서는 변화가 무쌍하다.
1980년대 작품들이 사회문제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 작품들은 조형의 문제, 즉 미술의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업 방식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다만 표현에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언뜻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작가들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현재 저의 작업은 오랜 기간 작업하며 생각해 온 모든 것을 형상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수없이 탐구해온 미술의 여러 조형적인 요소를 함축해 한 화면에 표현하려 합니다. 저는 오랜 기간 극사실주의 화가로 분류됐는데 요즘 작업은 오히려 개념미술 양상과 더 가깝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술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한마디로 ‘화가는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사실과 현실’, ‘시각의 메시지’, ‘현상’ 같은 극사실 회화 경향을 추구하는 단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참여했던 ‘사실과 현실’은 한국 최초의 극사실 회화 단체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평론가 이일, 윤우학 선생님들이 글을 써주셨고, 동아미술제, 중앙미술대전에서도 주목을 받았으니까요. 말씀하셨다시피 당시만 해도 단색화 계열의 추상작업이 유행이었고, 그와 다른 사실적인 묘사를 추구하는 작업들은 도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저는 벽돌이라는 모티브도 그랬지만 발상면에서나 기법면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화면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 ‘모래’라는 자연 재료를 직접 캔버스에 붙이기 시작했고 극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해보려 한 거죠. 특히 80년대 작품은 사회적 이슈, 인간 존엄성의 문제, 고도 경제 성장에 따른 각종 산업사회의 문제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모든 그림은 재료, 안료, 색채 등에 의해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데 저는 기존 화단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료를 그것도 직접 만들어서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상감 기법같은 새로운 기법을 화면에 적용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요소와 특징들도 회화의 범주 안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미술은 당대에 트렌드적 요소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유행에 맞는 작업들이 돋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미술사적으로 평가하게 될 때에는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들은 유행을 좇기보다 자기의 생각을 끊임없이 탐구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은 ‘미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하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고 탐구하는 일에 평생 매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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